법에 명문화됐지만 15년간 미뤄져 왔던 만 5세아 무상교육이 드디어 실현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모든 만 5세 아동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만 5세 공통과정’을 도입·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만 5세아 무상교육 실시를 선언한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보다 양질의 유아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 5세아 무상교육은 일부 교육청이 추진하는 초·중등학교 무상급식과 재원이 겹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 5세아 유아교육과 무상급식 중 어느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무상급식이 필요한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급식지원은 이미 실시돼 왔다. 따라서 전면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추가적인 혜택이 없고, 지원이 불필요한 고소득 계층에게만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셈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주장 중 하나는 아이의 자존심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다같이 무상으로 먹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상급식을 받기 위한 서류와 절차를 간소화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지 무상급식이 불필요한 계층에까지 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군다나 경제적 차이로 인한 소외감은 전면 무상급식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아이들이 입는 옷이나 학용품의 차이는 더 심각할 텐데, 이는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가.
모두에게 ‘공짜’인 무상급식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전면 무상급식은 정작 소외된 계층에게 돌아갈 예산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게 만든다. 세계적으로도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나라는 스웨덴·핀란드 등 2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보다 잘사는 미국도 무상급식의 비율이 50%를 넘지 않으며, 일부 학부모는 소득에 따라 일정률의 급식비를 차등 지원받는다. 일본의 무상급식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교육예산이 충분하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부족한 재원은 국가 장래를 위해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 부유층에게도 지원되는 무상급식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만 5세아 무상교육 중 어느 것에 우선돼야 하는가는 논란거리가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